그날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은 참 더디게 갔다.
똑딱똑딱
시간을 빠르게 흘려보내고 싶어서 드라마를 정주행하기로 했다.
근데 수험생활 때 그렇게 시선을 강탈하던 드라마가 전혀 흥미롭지 못했다.
그래도 시간은 갔다.
덩달아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핸드폰을 찾았다.
그리고 기도를 했다.
’제발 저에게도 한 번만 운, 요행이라는 것을주세요‘
정성스럽게 핸드폰을 두 손으로 감싸고 액정 화면에 응시했다.
6시 1분
6시 2분
6시 3분
……
점점 불안감이 엄습해았다.
안 되겠다, 싶었다.
커뮤니티에 접속해봤다.
‘문자 왔다’
‘나도’
‘합격했다는 게 안 믿겨져’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단념도 안 되었다.
결국 인사혁신처에 접속했다.
합격자 발표 명단을 클릭했다.
내 번호가 없었다.
다시 한 번 더 그 긴 리스트의 번호를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확인했다.
112명을 뽑는데 … 그 리스트엔 다시 봐도 내 번호는 없었다.
눈물이 났다.
진짜 눈물이 났다.
참 많은 시험을 봤다.
워드 프로세서, 정보처리 기능사… 한자검정2급, 증권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선물투자상담사…토익, 한능검…
한 번도 시험에 떨어져서 눈물이. 난 적이 없는데
나는 그렇게 한동안 울었다.
정말 간절했는데……
나는 예비 1번이었다.
처음 마주한 ‘예비 1번’ 검색을 시작했다.
합격을 받지 못한 모든 사람이 예비 1번이 부여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공무원 면접의 결과는 우수, 보통, 미흡 세 단계가 있는데…
우수는 필기 성적이 1배수 안에 못 들더라도 무조건 합격하는 등급이고, 미흡은 아무리 고득점이라도 불합격하는 절대 받아서 안 되는 결과고
나머지는 보통을 받게 되는데
나는 떨어진 사람 중에 가장 필기 점수가 높으면서 면접 결과 보통을 받아서 예비 1번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10월 전 혹시 결원이 생긴다면 내가 합격자 명단에 포함될 수도 있다고 했다.
희망이 생기려고 했다.
근데 그 희망은 이내 산산조각 났다.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것.
정원 보다 여유 있게 최종합격자를 냈기 때문에 동점수대 보통의 결과를 받은 예비 1번들을 전부 구제시킬 없다는 것
절망적이다
하지만 모든건 동전의 양면이 있다.
실날 같은 희망이 보였다.
예비 1번은 떨어진 사람들 중 가장고득점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반드시 합격하게 될 거라는 것
하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본다.
필기 시험이 지나쳐간다.
마킹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면
면접이 또다시 오버랩된다
그때 다르게 말했더라면
그 면접관 말고 좀 더 관대한 면접관을 만났더라면
그렇게 나는 다시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
다시 뗀석기, 빗살무늬, 덧무늬를 암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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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 예비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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