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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3 빛나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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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빨래를 아침에 한다.
저녁에 한 번 빨래 시도 했다가 음… 피크 타임이었는 지 도통 타이밍을 잡지 못하겠더라
그 후 한가한 틈을 공략 중이다.
그리고 정착되고 있다.

전원, 표준, 36분 표시된 드럼 세탁기를 두고 독서실로 가
국어 하프 모의고사를 풀었고, 한국사 필기 노트를 봤더니
40분이 지났고

난 이게 뭐라고 뿌듯하다.
1초도 허투루 안 써 뭐 이런 느낌이다.
(의식적으로 자책보단 칭찬을 해주려고 하고 있다. 안 그럼 지치니까)

암튼, 세탁실에 갔더니

며칠 전부터 식당에서 본 신입(?)이 있었고, 이어 날 불렀다.

선생님?
저기요, 도 아니고 언니도 아니고 선생님이란 단어가 참 낯설면서 신선하면서도… 묘한기분이었다.

암튼 그녀는 질문을 했다.

건조기 쓰는 법 혹시 아시나요?
- 간단해요. 여기 현금 넣고, 전원 버튼만 누르면 돼요.
세탁 완료된 세탁물을 건조기가 아닌, 세탁줄 있는 곳으로 가지고 가려니까
그녀가 묻는다.


건조기 안 쓰세요?
- 아, 저는 비 올 때 아님 밖에 건조시켜요.
그래도 돼요?
- … 아…(잠시 멈칫) …자유예요

이렇게 자세히 적는 건
생각해보니, 여기 들어온 지 거의 두 달째 돼 가는데 총무님 빼곤 최초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ㅋㅋㅋㅋ

생애 첫 묵언 수행 중이군, 싶었다.

빨래도 다 널었고
카페인이 당겼다.
아침 공복에 강릉 커피 완샷
푸룬과 함께 내 장을 책임져 주는 아이들이다.
공용 냉장고에서 강릉커피 꺼내 가는데

그녀가 또 붙잡았다.

그렇게 그녀는 수학과 임용을 준비하는 학생이라고 소개했고
나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으로 소개했다.

이름도 모른다. 나이도 모른다. 사는 곳도 모른다.

이게 여기 만의 또 소통 방식인가보다.

……


그후 나는 형소법을 변호사, 피고인, 검사에 대해 공부했고 확실히 어제 항소, 재정신고보다 수월했다.
어젠 내용이 어려웠던 걸까.
아님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걸까.
……
알 순 없지만 어제 같은 날은 수험생으로서 참 피하고 싶은 날이다.

교정학도 기출 1회독 했다.

시험보고 처음 하는 회독이라 이전에 한 번도 틀리지 않았던 것들이 틀려서 속상하지만 그래도 생애 첫회독보단 수월한 거 같다고 그렇게 자기 최면 걸테다.
어쨌든 1회독은 꽤 성취감이 달달하다

암튼 어제와 아주 다르게 꽤 달렸다.
그리고 저녁을 먹었고
가끔 간식으로 초코파이가 나오는데… 평상시엔 굳이 안 먹는 건데… 맛있게 먹으려고 냉동실에 얼려뒀다.
내일 당 떨어질 때 먹어야지, 하고 있다.
이게 뭐라고 또 기대가 쬐금 된다.
소소한 고시원 깨알 재미라고 그렇게 포장해본다.
……


운동도 했다.
땀 쏙 뺐다.
오늘도 동네 주민들은 정자에서 오손도손 대화를 나눴고
이런 분위기 참 좋다
서울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라 더 그런 듯 싶다.
그리고 시골 밤은 참 어두운데 그 분들이 있어서 안심하고 운동하기도 한다. ㅋㅋㅋ


운동을 하고 음악을 듣고
평상시처럼 고시원으로 되돌아 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보고 싶어졌다.
근데 별이 있었다.
얼마만에 보는 별인 지 모르겠다.
너무 아름다웠다.
하루의 고단함이 다 반짝 소멸되는 기분이었다.
기분 탓일까.
별이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어두운 길을 걷다가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절망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그래, 그 시구처럼 지금 나의 별이 다가 오고 있다고 믿고 또 믿자.

불안해 하는 것보다 훨 낫잖아.


근데 사진은 왜 올블랙으로 나온걸까.
그래도 괜찮다.
나는 실물, 진짜를 눈에 담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