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산속 고시원
고시원엔 학생만 생활하는 게 아니다.
수능 접수 공지가 붙은 걸로 봐 재수생이 보이고, 나 같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도 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류도 있다.
하지만 그들과 딱히 접점이 없기에 또 내 앞날이 더 시급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근데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오늘은 형소법을 특히 뽀겠다.
공판 모두 절차, 증거조사 절차, 판결
공판이 수사보다 수월한 덕이다.
술술술 형소법 요약 노트 곧 1회독 격파다
점심 먹고
한국사도 조선시대 넘어갔고
하프 모의고사도 한 회 풀었고 동강도 들었고
한국사에서 시험 시간을 대폭 줄여야 하는데 사료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답은 찾지만 확신도 없고 근데 가장. 큰 문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
보완해야 하는데 우선, 합격필기노트를 공략하자.
암기가 덜 되서일거야.
라고 생각 중이다.
국어 하프 모의고사도 풀었다.
20회 완성
강사님이 텀을 두고 다시 풀라고 했다.
내가 이번엔 강사님 말을 한 번 맹신해 볼 계획이다.
틀린 게 많으니까 다시 2회씩 내일부터 2회독 할 계획
기화펜 참 좋다.
영어 단어 외우고
모의고사 풀고
단어 동강도 하나 듣고
….
머리에 과부하가 왔다.
그리하여 운동하러 가자, 7시 30분 인근 버스 정거장으로 향했다.
늘 그렇듯 이어폰을 끼고 달렸다.
그런데 갑자기 불쑥 아우라가 느껴졌다.
‘허걱’ 했다.
“이거 해도 되나요?”
물구나무서기기구를 이용해도 되냐고 나에게 묻는 거였다.
나는 음악을 듣고 있었고
달리고 있었고
정신이 정말 없는데
다음 문장이 들려왔다.
“어제 그쪽 때문에 운동 못했어요.” 란다.
내가 달리고 있는 머신 옆에 동일한 머신이 있다.
그거 외에도 두개가 더 있다.
‘뭐지?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
얼마 전에 이웃 아주머니랑 나란히 달렸는데 이건…..달리는데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 아주머니랑 샤인 머스켓 포도 농사 짓는 얘기 도란도란 나눴는데 참고로 포도 농사에서 가장 힘든 건 알을 쏙아 내는 거라고 그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셨다.
그래야 영양분이 소수의 알갱이에 집중적으로 공급돼 먹음직한 포도알이 탄생한다고 했다.
근데 그 아저씨(?)는 백발까진 아니어도 백발이 꽤 듬성듬성 보이는 외양이다.
여기 안전한가요?
처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필 정자에 주민이 한명도 없다.
불편해졌다.
30분 넘게 달리면 숨이 거세지는데 근접한 거리에 낯선 백발의 아저씨의 존재… 불편 했다. 그러나 대안은 있었다.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거긴 또 네다섯개의 운동기구가 더 있다.
그렇게 러닝 10분을 더 달리고 들어왔다.
세상이 흉흉한건지
내 생각이 흉흉한건지
암튼
여긴 산속의 고시원
수험생 아닌 백발의 정체 모를 타인
말을 안 걸면 괜찮은데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 괜찮은데
적정 거리를 넘어
말을 걸어오는 순간
고충이 돼 버렸다.
나이가 들수록 스무살 무렵 세상 때 안 묻은 아이들이 참 좋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여기 고시원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아까 누가 30살 넘어 고시원에 있는 사람들은 문제가 참 많다 라는 얘길 듣고
그문제가 많은 사람에 나도 포함이네, ‘허걱’ 했는데
하필 오늘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빨리 졸업해 떠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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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4 여긴 신속 고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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