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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을 지나쳐
출근하던 무렵
농담반 진담반으로
컵밥 먹으러 노량진 가야하는데
라는 말을 종종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코로나가 터졌고
컵밥의 유명세는 점차 시들해졌고
그후 공무원 인기 최저라는 기사에
모 공무원 학원의 위기설이 돌았고
......
난 한 번도
인생의 선택지에 올려놓은 적이 없는
공무원을 준비하게 됐다
그리고
작년
처음으로 모의고사를 보기 위해
노량진을 찾았다
노량진역에 도착,
출구 밖으로 나와 보니
노량진 수산시장 가는 표지판이 보였고
그제야
아, 예전에 대게 먹으러 왔던 곳이구나
라는 추억이 떠올랐고
추억을 소환,
감상에 젖기엔
시험 시작 초임박,
거기에 초행길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시험장을
핸드폰에만 의지해
더듬더듬 찾아가는 일도
버거웠다.
아니, 그냥 다 버겁던 시간이었다.
그러다
아주 순간 마주한
한 때 가 보고 싶었던
컵밥 거리는
너무나 휑 했고
거기서 혼밥 중인 청년은 휑한 풍경 덕에 너무 눈에 띄었고
내가 기대한 컵밥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그런 하릴없는 생각을 하며
시험장에 도착했는데
그보다 더 휑한
수험생들이 휑한 눈빛으로
스쳐지나가는데
순간, 좀비가 연상이 되서
웃프다는 게 이런 걸까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지난한 수험 생활의 흔적이 차곡차곡 쌓여서
한 번도 본적 없는 아우라를 형성하고 있는
......
근데
지금 내가 딱
그때 보고 놀라던
그 수험생이 돼 있다
다크한 기운을 발산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