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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2025

0320 예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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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백팩을 들고 다닌다.
샤워실 향하기 전 가방을 사물함에 넣는데 모르는 아주머니가 말을 건다

"옆으로 놓아요."

내가 가방을 정면으로 넣고 문 닫기 시도 중인 걸 보신 거다.
그 타이밍에 문이 닫혔다.
무시가 아니라 늘 그렇게 사물함에 가방을 넣어 왔다.

샤워실, 샴푸 등이 담긴 가방을 놓고 샤워 시작
근데 화장실이 가고 싶어 졌고 레알  2분 넘지 않게 샤워 부스를 비웠는데 어느 아줌마가 딱 자리를 잡았다

"제 자린데요."
그 아줌마 옆에 있던 아주머니한테 "지 자리래"
옆 아주머니 묵묵부답
그제야 자리 비워 주는 아줌마

그 옆에 바닥에 철퍼덕 앉자 때 미는 분이 보인다.

강습 전,
같은 반 수강생 아주머니가 말을 건다

"내가 저 청년이 접영을 잘하길래 보고 싶어서 한 번 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줘. 보고 싶은데"

좀 해주지, 속으로 생각하다 웃으며 "중급반에 잘하는 사람 있다고 그분 연습할 때 보라"고 했다.

그분이 등까지 빨갛게 될 때까지 연습하는 걸 본 나는 그렇게 그분 편을 들게 된다.

강습 시작

접영 발차기를 하는데, 같은 반 또 다른 수강생 아주머니가 말을 건다.

"발이 모아져야 하는데, 삐뚤게 돼"

다른 수강생 발까지 스캔하다니, 감탄하며 두 번째 받은 피드백을 유심히 신경 쓰며 연습하다 그 아주머니 발차기를 봤다

근데 본인도 발이 모아지지 않더라

한 때 영화 대사 중  "너나 잘하세요", 가 유행이었는데 누군가의 지적에 반발심이 들었던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데 오늘 그 말은  관심이고 애정이라는 게 느껴져서 감사했다.

다른 분도 나한테 접영 고개를 더 팍 숙이라고 피드백 주셨는데... 참고로 이 분은 우리 반 꼴찌 순서

공부 잘한다고 잘 가르치는 것 아니고
공부 못 한다고 세상물정 모르는 것도 아니고
수영 못 한다고 이론 모르는 것 아닌데
당연한 걸 잊고 산다
......

결국 수신자가 언어를 소화해 내는 능력이 관건이구나, 지난날 나는 어렸구나 싶었다.

그렇게 주신 피드백 꼭꼭 씹어 입수 킥할 땐 허리가 직각이 되게, 발차기는 두 발이 모아지게를 새기고 또 새겨 본다.

강사님이 시연을 한다
잘한 거 먼저, 그다음 하지 말아야할 것

어머님들 다들 방청객 알바인 줄
포복절도


강습을 끝내고, 탈수기 순서를 기다리는데
드디어 내 순서다.  수영복을 넣으려고 탈수통을 여는 순간 아주머니 2분 등장

"같이 넣으면 더 잘 돌아가요"

같이 넣어요는 몇 번 들었고 그래서 같이 넣은 적도 있지만 ㅋㅋㅋ 에너지도 절약되고 좋은 게 참 많지 ㅋㅋ  그러나 새로 개시한 수영복은 잘 관리하고 싶어서 물론 탈수기 안 쓰는 게 좋다고 하지만 난 딱 10초만 돌릴 거라 그분들께 양보하니 바로 옆 탈수기가 비워진다

......

처음엔 솔직히 완화하고 정제해서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안드로메다행성처럼 느껴졌는데 수영장 강습 4개월 차 샤워실에서 떡을 드셔도 심지어 지인에게 떡을 권하고 그분 사양하지 않고 드셔도 웃어넘긴다.

아, 세상을 내가 너무 재미없고 바라봤구나... 뭐든 가능한 곳이구나, 하고 상상력을 넓혀준다

하고 싶은 말은 수영장은 꽤 재미난 곳이다

하지만 젤 재미난 건 초보자의 몸동작... 우울하신 분은 수영장을 등록해라. 물론 처음엔 본인이 웃음 제공자가 되겠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하다 보면 웃음이 나오는 순간도 오더라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아주머니들도 시간을 두고 자세히 보면 매력적이시다. 물론 어디에나 예외는 있지만 일부의 예외 때문에 전체를 색안경 끼고 보지 않길...

활자가 눈에 안 들어와서 차리리  블로그를 쓰자 적는 글

근데 왜 뇌에 안 박힐까?

생각해보니 오늘만 그랬던 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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