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차 타고 서울 올라가는 길
버스가 정거장에 정차할 때마다
“어디 가세요?”
“병원 가지”라는 대화가 반복된다.
세 번 즈음 같은 레퍼토리가 반복될 무렵,
시계를 보니, 오전 7시 11분
낯선 시골 낯선 버스의 풍경이 지나간다
하지만 넋만 놓고 있기엔
초행길, 거기다 길치인 나는
옆에 앉은 할머니께 도움을 받기로 한다
“할머니, 제가 버스 터미널 가는데, 내려야 할 곳을 잘 몰라서요.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할머니 도움으로 환승할 곳에 내렸다.
짐을 최소한으로 유지한다고 했는데도
5달의 흔적들은 상당했고
(이불이랑 전지장판이 굵직했다)
그 결과 25인치 캐리어 가득 그리고 레스포색 위켄드 가득
먼저 캐리어를 들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내리는 할머니들마다 보자기를 놓고 내렸다고 얘기해 주신다
그렇게 한 번 더 올라가 보자기?를 가지고 내렸는데
바로 환승할 버스가 도착했다.
짐을 들고 버스에 오르려는데
근데
할머니 한 분이 버스 하단에 짐 보관함이 있다고 알려 주신다.
그리고 진짜 짐 보관함이 있었다.
유레카를 외치곤, 짐을 넣고 있는데
보행기(?)를 들고 타신 어느 할머니가
그곳에 보행기를 넣으신다.
보행기가 들어가면, 내 캐리어는 들어갈 수 없는데…
그냥 캐리어는 들고 타야지 하고 있는데
다음 할머니가 등장
보관함에 놓인 보행기를 꺼내선 한 마디 하신다
“그럼 학생 짐을 놓을 수 없잖아요.”
그렇게 여러 분의 도움으로 보관함에 내 캐리어와 보자기(?)를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버스에 올랐다.
기사님께 말했다
“아저씨, 제가 버스 터미널을 가는데… 제가 여기 지리를 몰라서요… 혹 놓치게 되면 알려주세요.”
그랬더니 아저씨께서
“급해요?”라고 투박하게 물으신다.
……
전혀 예상 못한 답변에
“아니, 급하진 않아요.”라고 답을 했는데
어제 본 유튜브가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법률 스님이랑 그사세 노희경 작가님의 낭독회였는데
작가님이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밥 먹었어?라고
급해요?라는 기사님 말에서 어제 본 작가님의 답변이 스쳐 지나간다.
이런 느낌일까?
그렇게 버스는 간헐적인 대화를 멈추고
침묵 속을 묵묵히 달렸고
병원 앞에 도착했다.
한 스무 명이 하차를 하기 시작했다.
근데
그 어르신들이 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내리신다.
버스 안에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
버스를 타고, 감사하단 인사를 했던 적보다 그렇지 않았던 시간들이 더 많았던 지난날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중 환승역을 알려준 할머니도 계셨나 보다
그분께서 내리면서 나에게 일러주신다.
“종점에서 내려요. “
그렇게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버스 터미널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지금껏 탄 그 어떤 버스보다 따뜻했던 어느 날의 순간을 기록해 본다.
다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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